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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선물 제주살이

작성일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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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에세이
떠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 제주살이 추억

#제주#유채꽃#노을#오름 오르기












제주도에서 살며 여행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면 마음이 울렁이고 기억을 더듬게 되는 순간은 사소한 걸로 시작된다. 매일 출근하며 봤던 야자수, 돌담길 그리고 눈만 돌리면 볼 수 있었던 바다. 언젠가 익숙해져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들이 올 줄 알았다. 가고 싶을 때 갈 수 없는 요즘 종종 그곳에서의 추억을 꺼내고 있다.









타박타박 비자림 걷기


생각이 많은 날,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는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집을 나선다. 집에서 차로 15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평대리에 위치한 비자림은 도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어서 아침 산책 겸 자주 갔던 곳이다. 아침 일찍 여행객들이 붐비기 전 한 시간 남짓 고요한 숲길을 혼자 걷는다. 오래된 비자나무들이 자생적으로 숲을 이룬 곳으로 ‘천년의 숲’이라고도 불린다. 날씨가 맑은 날도 좋지만 비가 온 뒤 혹은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숲을 더 좋아한다. 촉촉이 물기를 머문 나뭇잎과 더 진해지는 나무 향, 숲이 주는 편안함 때문에 마음의 고요함이 필요한 날이면 숲을 찾는다. 제주에는 비자림 외에도 걷기 좋은 사려니숲길, 곶자왈, 서귀포 치유의 숲, 절물자연휴양림 등이 있다.









평대리에서 세화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바다


바닷가 앞 멋스러운 돌집 카페의 직원으로 1년 반을 일을 했었다. 손님들은 매일같이 이런 멋진 곳에서 일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한다. 가끔은 일상이 되고 익숙함에 잠시 잊을 때도 있었지만 되돌아보니 꿈같은 시간들이다. 매일 같이 보는 바다 지만 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바다색이 투명해지기도 하고 에메랄드빛이 되기도 한다. 운이 좋은 날에는 창밖으로 돌고래들이 유유자적 놀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날은 왠지 모르게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여름 휴가철 여행객이 많아 바쁜 날, 퇴근 후 바닷가로 동네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땀 흘리고 바로 바다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하루의 피로를 바다에 흘러 보낸다. 모두가 떠난 고요한 바다에서 반짝이는 한치 배 조명 아래 맥주 한 잔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자연이 주는 선물, 노을 보기


붉게 물든 바닷가의 노을을 보며 곧 퇴근 시간임을 알아차리는 것은 제주도에 살고 있는 것이 정말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어두워지기 전 아름다운 황금빛이 바다에 비쳐 반짝인다. 어떤 날은 보랏빛으로 하늘이 물들기도 하고 어느 날은 붉게 물든 모습에 압도당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제주에서 살며 하늘 보는 여유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노을 지는 걸 보기 위해 높은 빌딩이 많지 않은 곳 어디든 다 좋겠지만 해 가 지는 서쪽 바닷가는 환상적인 노을을 잘 볼 수 있다. 그중 서쪽의 한경면 고사리에 있는 수월봉이 노을 명당으로 유명하고 동쪽에서는 함덕 해수욕장의 서우봉과 하도리의 별방진이 노을 명소다.









올라가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 오름 오르기


제주에는 380여 개의 오름이 있다고 하니 하루에 하나 올라도 1년에 다 못 가볼 숫자다. 우리가 살았던 제주 동쪽에는 다랑쉬 오름, 용눈이 오름, 아부 오름 등 많이 알려진 오름들이 많다. 동네 친구들과 ‘오름 원정대’를 만들어 쉬는 날이면 함께 오름을 올랐다. 우리가 갔던 오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동거문이 오름이다. 여느 오름과 달리 복잡하고 독특한 형태를 가져서 다채로움이 느껴지며 넓은 평지가 쭉 펼쳐진 모습은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그날 오름을 오른 후 가시리에 있는 가시 식당에서 두루치기와 막걸리를 맛있게 먹고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에서 꿀 잠을 잤던 기억이 있다.










어떤 날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별 보러 가자는 말에 용눈이 오름을 올랐다. 태풍이 지나간 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쏟아질 것 같은 별들, 각자 자리에 누워 별 보았던 낭만의 밤은 잊히지 않는다. 그 외에도 휴일에 친구들과 해변에서 맛있는 저녁 먹으며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에 가서 책 한 장, 바다 한번 봤던 시간들이 문득 생각난다.


“여행이란 장소를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주는 것이다.”_아나톨 프랑스


지난번 제주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의 문구를 곱씹어 본다. 떠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 그리고 지난 시간 동안 나도 모르게 변화된 모습을 발견한다. 가진 것도 별로 없었고 지켜야 할 것이 많지 않아서 용기 있게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던 그때가 종종 그립다.


인생이 곧 여행, 지난 여행을 곱씹으며 ‘현재’를 즐기고 떠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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